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9.01.04
오늘 - 유안진 오늘 - 유안진 어느 날의 내게는 오직 어제만이 있었다 또 어느 날의 내게는 내일만이 있고 싶었다 등뒤의 풍경 같은 지난 날이여 배경처럼 흐르는 아픈 가락이여 얼마나 나는 행진가를 부르며 부풀고 싶었으랴마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서로가 싸늘히 그늘을 드리운 자리 合自然의 오늘은 그 한때 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9.01.03
나의 소망 - 황금찬 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9.01.02
길 - 정용철 길 - 정용철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집니다. 몸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31
12월의 송가(送歌) - 오광수 12월의 송가(送歌) - 오광수 12월에는 서쪽 하늘에 매달려있는 조바심을 내려서 해 뜨는 아침바다의 고운 색으로 소망의 물을 들여 다시 걸어놓자. 가식과 위선의 어색함은 더 굳기 전에 진솔함으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는 버릇 되기 전에 이해함으로 욕심과 이기심은 조금 더 양보와 배려로 소망의 고..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30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9
獨笑 - 茶山丁若鏞 (1762~1836) 獨笑 - 茶山丁若鏞(1762~1836)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의 숲 속에 있는 다산초당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먹을 사람 적은 집에는 곡식은 많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자식 많은 집안은 꼭 주릴 근심 있다네 達官必준愚 (달관필준우) 높은 벼슬 하려면 어수룩해야 하건만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7
함박눈 - 목필균 함박눈 -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6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짧은 해 아쉬움으로 서쪽 하늘이 피 토하는 늦음보다 밤새워 떨고도 웃고선 들국화에게 덜 미안한 아침에 오오. 뒷주머니 손을 넣어 작년에 구겨 넣은 넉살일랑 다시 펴지 말고 몇 년째 우려먹은 색바랜 약속 뭉치는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그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5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헤르만 헤세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헤르만 헤세 인생은 무의미하고 끔찍하며 한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찬란합니다. 삶은 인간을 조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지렁이보다 더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니랍니다. 유독 인간만이 자연의 변덕이요, 자연의 무자비한 장난이라는 생각은 잘난 체하는 인간들이 만들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3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2
겨울 편지 - 조규옥 겨울 편지 - 조규옥 겨울입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유난히도 펄럭이는걸 보니 그도 떠나고 싶은가 봅니다. 그 곱던 단풍잎 지고 억새꽃 떠난 빈 산에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눈 내리는 눈길을 따라 그대에게 갑니다. 들을 지니고 언덕을 넘어 바람부는 강가에 서니 갈 곳 몰라 헤메이던 민들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20
불완전 - 김현승 불완전 - 김현승 더욱 분명히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아낌없이 바다에 던진다 죽은 사자의 가슴에다 사막의 벌떼는 단 꿈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19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 - 박호영 오두막집에 램프를 켜고 - 박호영 오늘은 나 여기서 묵고 가리니 사립문이 손을 잡아끄는 대로 시간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낮은 문지방을 지나 묵은 먼지 속의 방에 들어서서 세월을 털고 마음을 쓸면서 누구도 돌보지 않던 램프를 켜리. 그러면 눈 속에 묻힌 이 오두막집은 오랫동안 쌓였던 눈을 비집..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19
학이 날던 날 - 난초 학이 날던 날 - 난초 한 쌍의 학이 툇마루 디딤돌 위에 날개를 접고 앉아있다 가만 숨죽여 들여다보면 낯익은 모습 읍내 가는 날이면 뽀얗게 닦여져 깃털처럼 빛나던 아버지 하얀 고무신 오일장이 서던 어느 날 꽃 고무신 살 설렘에 툇마루에 앉아 방문 열리기만 기다리다 행여 잠들면 아버지가 학 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