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나무 - 문태준 그림자와 나무 - 문태준 갈참 나무의 그림자들이 비탈로 쏟아지고 있다 저 검고 지루한 주름들은 나무 속에서 흘러 나왔다 내 몸 속에서 겨울 문 틈에 흔들리던 호롱불이 흘러 나오고, 깻잎처럼 몸을 포개고 울던 누이가 흘러 나오고, 한 켠이 캄캄하게 비어있던 들마루가 흘러 나오고... 오후 4시는 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9
넥타이를 매면서 - 복효근 넥타이를 매면서 - 복효근 넥타이를 목에 걸고 거울을 본다 살기 위해서는 기꺼이 끌려가겠다는 의지로 내가 나를 묶는다 한 그릇 밥을 위해 기꺼이 목을 꺾겠다는, 또한 누군가를 꼬여 넘기겠다는 의지 그래서 무엇을 그럴싸히 변명하겠다는듯 넥타이는 달변의 긴 혓바닥을 닮았다 그것이 현란할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8
相思花 - 洪海里 相思花 - 洪海里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 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 저문 저무는 강가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7
기차는 떠나가네 - 김종제 기차는 떠나가네 - 김종제 나, 다시 돌아갈래! 외치는 함성 소리 남겨놓고 마지막 기차는 떠나가네 사랑했던 시간을 싣고 가네 미워했던 마음을 싣고 가네 추억이란 이름으로 다리 아래 강물도 떠나가고 있네 키 큰 느티나무는 차마 손 흔들어 줄 수 없어 고개 숙이고 있다네 보랏빛 꽃들도 연신 뒤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6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5
상사화 - 김종태 상사화 Lycoris squamigera Max. 관상용으로 심는 수선화과 다년초. 인경은 지름 4-5 cm 이다. 잎은 봄에 나오고 6-7월이면 말라죽는다. 8월에 꽃대가 나와 길이 60cm 정도 자라며 끝에 4-8개의 꽃이 달린다. 씨가 맺지 않는다. 상사화란 이름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여 서로를 그리워한다라는 뜻이다. * 상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4
어떤 기도 - 이해인 어떤 기도 - 이해인 적어도 하루에 여섯 번은 감사하자고 예쁜 공책에 적었다 하늘을 보는 것 바다를 보는 것 숲을 보는 것마으로도 고마운 기쁨이라고 그래서 새롭게 노래하자고... 먼 길을 함께 갈 벗이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서 감사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픔 중에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3
톨스토이의 무덤 - 이익섭 (에세이) 톨스토이의 무덤 - 이익섭 이렇게 작을 수가! 아니, 이게 그 위대한 대문호 톨스토이의 무덤이란 말인가! 꼭 내 주먹만하지 않은가! 조그만 풀 무덤. 내가 들어가 눕지도 못할 만큼 작고도 작은 풀더미. 모스크바 일정 중 중간 중간 한 이틀은 비어 있었다. 하루는 어디 교외로 좀 멀리 나가보고 싶었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2
감나무 그늘 아래 ㅡ 고재종 감나무 그늘 아래 ㅡ 고재종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 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소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1
봄 꿈 ㅡ 박이화 봄 꿈 ㅡ 박이화 나는 가끔 꽃의 향기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꽃이 씨앗으로 그 씨앗이 다시 꽃으로 수수만년 반복되는 것은 알았지만 그럼 꽃이 질때 잠시 꿈처럼 훅, 사라진 향기는 어느 구천을 맴도는 것인지 어느 시공을 떠돌다 다시 봄 날 나른한 풋잠에 현몽하듯 나타나는지 또한 그럴 때 약..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31
완전 무장 ㅡ 김중식 완전 무장 ㅡ 김중식 낙타는 전생부터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 고통조차 육신의 일부라는 듯 육신의 정상에 고통의 비계살을 지고 다닌다 전생부터 세상을 알아차렸다는 듯 안 봐도 안다는 듯 긴 속눈썹을 달고 다니므로 오아시스에 몸을 담가 물이 넘쳐 흘러도 낙타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30
삶의 광택 ㅡ 이어령 삶의 광택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호마이커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그냥 나무 책상을 사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어렸을 적에 내가 쓰던 책상은 참나무로 만든 거친 것이었다. 심심할 때, 어려운 숙제가 풀리지 않을 때, 그리고 바깥에서 비가 내리고 있을 때, 나는 그 참나무 책..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28
백년을 살아도 - 구암 백년을 살아도 - 구암 먼길 가는 저 나그네 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길 떠나겠지 산처럼 쌓아 둔 재물도 호사스런 명예도 모두 벗어 놓은 채 이 땅을 떠나겠지 허리가 휘도록 수고하는 일도 사랑하는 살붙이도 모두 남긴 채 그 곳이 하늘에 있는 집이 건 땅에 있는 집이 건 반겨줄 이 없어도 그 날이 오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27
하늘에 쓰네 - 고정희 하늘에 쓰네 -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26
꽃 - 김춘수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