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위한 ━━/세상보기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의 부모였다

Joyfule 2015. 6. 26. 09:25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의 부모였다

 

 

입력 : 2015.06.25 03:23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戰死)한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씨가 24일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을 미리 본 뒤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당시) 이쪽에서는 초상 치르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대통령은 일본 축구장에 가서 빨간 넥타이를 하고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 뒤) 다른 유족들도 그럴 텐데 우리 집은 축구를 안 본다"고 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軍人)의 부모라고 내가 그랬다"고도 했다. 이씨는 "(당시 정부에서) 기무사를 시켜 우리를 미행하고 도청하고 감시했다"며 "그들에게 '내가 이 나라에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 세금 열심히 냈고 아들 낳아서 해군 보낸 죄밖에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002년 당시 군 통수권자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연평해전 발발 다음 날 한·일 월드컵 폐막 경기를 보려고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는 교전 이틀 뒤 치러진 희생 장병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영결식에는 국무총리도, 국방장관도, 합참의장도 없었다. - - - - -- - - - - - - -(略) - - - - - - -- - -.
 - - - - - - - - - - - - - - - - -
대통령만 희생 장병과 유가족을 버린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과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제대로 예우(禮遇)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 - - -- - - - - - - - -.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는 얼마 전 본지 인터뷰에서 "아들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전사자로 예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한 뒤 전역한 사람들 가운데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처 때문에 취직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는 얼마나 되는가.

오늘로 6·25 전쟁 65주년이다. 우리 군인 60여만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정식 군번도 받지 못한 채 북한군과 싸웠지만 국가유공자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년병도 3만명이나 된다. 지난 60여년 북한의 끊임없는 무력 도발에 맞서 수많은 우리의 남편, 아들, 동생이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려면 국가도 국가답게 국민을 위하고 행동해야 한다.' 연평해전 희생자 가족들의 소리 없는 절규이다.

 

- 조선일보 사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