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박지원(朴趾源) 물 - 박지원(朴趾源)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노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 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부르짖으며 고함치는, 원망(怨望)하는 듯한 여울은, 노상 장성(長城)을 뒤흔들어 쳐부술 기세(氣勢)가 있다. 전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1.05
실수 - 김 경 순 실수 - 김 경 순 담양의 대통밥집, 11명의 회원이 상을 중심으로 마주 앉았다. 주인이 문 밖에서 죽순 회를 시킬 거냐고 묻는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시키지 않는다고 하자, 식사를 지금 내올 건가 물어도 대답이 없다. 오후 두 시가 넘어 시장했던 나는 점심을 사기로 한 문우가 침묵을 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1.04
대관령 물소리 - 安 貴 順 대관령 물소리 - 安 貴 順 한국수필 8월 선수필 겨울호 선정 신새벽에 태산을 흔들며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밤 밤이 이슥하도록 달빛 샤워를 하며 향기롭게 몸단장을 하던 수목들은 안개를 휘감고 전신에 이슬을 매달고 있다. 여기는 좋은 풍광으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1.01
백제를 가다 - 이사명 백제를 가다 - 이사명 백제 25대 무령왕릉을 가기 위해 공주시를 걸었다. 높은 산이 거의 없는 시는 안정된 분위기로 편안함을 주었다. 산보를 겸하기도 한 그 날은 봄을 자축하듯 진달래꽃이 길목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낡은 철교를 지나 왼편산성 맞은편 대문을 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31
산마을에 내리는 비 - 윤모촌 산마을에 내리는 비 - 윤모촌 길을 가다 비를 만나게 되면 나무나 추녀 밑으로 들어가 긋게 되는데, 아무래도 젖게 마련이다. 어쩌다 동성(同性)인 남자 우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용기가 안 나고, 여자 우산 속으로는 더더구나 들어설 수가 없다. 이쪽에서 우산을 받고 갈 때도 그러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30
해걸음의 산책 - 권석하 해걸음의 산책 - 권석하 붉은색 커튼을 드리운 듯 저녁놀아 비치어 거실 분위기가 아늑하다. 어디선가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40여년 전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의 오르간 소리로 들려온다. 아이들이 귀가한 방과후 노을빛에 물든 텅빈 교실에서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를 오르간으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29
청추수제(淸秋數題) - 이희승 청추수제(淸秋數題) 이희승 벌레 낮에는 아직 30 몇 도의 더위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숨을 턱턱 막는다. 그런데 어느 틈엔지 제일선에 나선 가을의 전령사(傳令使)가 전등빛을 따라와서 그 서늘한 목소리로 노염(老炎)에 지친 심신을 식혀 주고 있다. 그들은 여치, 베짱이, 그리고 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28
선풍기 - 임경희 선풍기 - 임경희 나의 방에는 회전할 때마다 다그락 소리를 내는 낡은 검정색 선풍기가 있다. 내가 대학 졸업 후 첫 월급을 타서 샀으니 아마도 나이가 서른 살이 넘었으리라. 회전날개도 겨우 3개만 붙어있는 소박한 선풍기다. 아래 몸체에는 회전 조절용 스위치 한 개, 속도 조절과 정지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23
호박의 미덕 - 박지원 호박의 미덕 - 박지원 한산(韓山) 이자후(李子厚)는 나이 마흔여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내아이를 얻었다. 긴 눈썹, 옴폭한 눈, 오똑한 코, 넓은 이마에 총명한 모영은 영락없는 명문세가의 아이였다. 이자후를 축하하는 친척과 벗들이 앞다투어 시를 지어 그 기쁨을 표시하였고, 자후는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22
신록, 그리고 여행 - 김영월 신록, 그리고 여행 - 김영월 오월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연두 빛 생명의 강 한 마리 백로의 날개 짓으로 가뭇없이 건너, 건너가고 싶다. -졸시 신록 전문 푸른 오월의 손짓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뜻밖의 기회가 왔다. 가까이 지내던 전직 동료의 모친상을 당하여 갑자기 군산에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20
대머리의 변 - 권 근 대머리의 변 - 권 근 경주에 사는 김진양 군은 어느 날 터를 사서 거기에 작은 집 한 채를 짓고는 띠로 지붕을 이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호를 동두(童頭),즉 ‘대머리’라 지었다. 내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본래부터 머리숱이 매우 적은데다가 얼굴은 늘 개기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19
고추와 도시인 - 이방주 고추와 도시인 - 이방주 주방에서 풋고추 다지는 소리가 흥겹다. 잘게 부서지는 조화로운 음향으로 입안에 침이 돈다.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은 수제비가 제격이다. 비록 아파트 주방이지만 수제비가 끓어오르면 황토 바른 고향집 부뚜막 냄새가 난다. 수제비는 다진 풋고추를 넣어야 맛..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18
반짇고리 - 김정자 반짇고리 - 김정자 나란히 놓인 반짇고리 두 개가 정답다. 그 중 하나의 뚜껑을 열었다. 맨 위 칸엔 어머니께서 쓰시던 투박하게 생긴 돋보기, 아버님 어머님의 젊은 시절 함께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과 손자들 삼 남매의 어린 시절 사진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어머니의 첫 번째 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17
엿을 사는 재미 - 장은초 엿을 사는 재미 - 장은초 모처럼 재래시장에 들렀더니 엿이 잔뜩 쟁여있는 리어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수능시험이 바투 닥쳤나보다. 쌀쌀한 날씨 때문이었을까. 리어카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 늙수그레한 엿장수가 안쓰러워 보였다. ‘엿장수가 안쓰..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16
백주(白晝)에 소를 타고 - 변영로 백주(白晝)에 소를 타고 - 변영로 역시 혜화동 우거에서 지낼 때였다. 어느 날 바카스의 후예들인지 유영(劉怜)의 직손들인지는 몰라도 주도의 명인들인 공초, 성재, 횡보 3주선(酒仙)이 내방하였다. 설사 주인이 불주객(不酒客)이라 하더라도 이런 경우를 당하여서는 별 도리가 없었을 것..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