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 박은숙 커피 한 잔 - 박은숙 이른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밤새 고인 그리움이다. 꿈결 같은 그 시간은 멈춰진 나만의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은밀한 사색의 공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찻물을 올린다. 관악산 봉우리에서 열꽃처럼 퍼져가는 아침놀을 넘어 달그락거리며 귓가에 들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22
빗 - 조문자 빗 - 조문자 머리를 빗질하는 시간은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빗은 여인의 모습을 더 선명히 드러나게 한다. 머리를 빗질하면서 삶의 궤적과 사랑의 세월을 들여다본다. 빗은 추억과 회한과 그리움을 빗어내는 조그만 현악기처럼 보인다. 빗을 샀다. 화장대 한쪽에 딱히 이유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20
고등어 ('문장'의 월간 최우수 작품) 고등어 ('문장'의 월간 최우수 작품) 비타민 c 아줌마 사내는 고등어를 좋아했다. 아내가 생선을 사오라 하면 고등어만 사서 건넸다. 아내는 사내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사내는 짐바리 자전거에 커다랗고 노란 단무지 박스를 노끈으로 꽁꽁 묶어 매달아 그 안에 비니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9
들국화 - 정비석 들국화 - 정비석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다. 시들어가는 풀밭에 팔베개를 베고 누워서, 유리알처럼 파아랗게 개인 하늘을 고요히 우러러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까닭 없이 서글퍼지면서 눈시울이 눈물에 어리어지는 것은,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이다. 섬돌 밑에서 밤을 새워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8
사람 그리고 그리움 - 윤모촌 사람 그리고 그리움 - 윤모촌 가을이 깊어질 무렵이면 소슬한 바람결에 한 해가 또 가는구나 해지면서 공연히 쓸쓸해진다. 삼복더위를 지내고 나면 맹위를 떨치는 잔서속에서 9월을 넘기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을 느낀다. 10월이 깊숙해지는구나 싶으면 무서리가 내리고 , 어느 날 풍새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7
두물머리 - 유경환 두물머리 - 유경환 사람들은 이곳을 두물머리라고 부른다. 한자로 표기되면서 양수리(兩水里)가 된 것이나, 사람들은 여전히 두물머리라 일컫는다. 두물머리. 입 속으로 가만히 뇌어보면, 얼마나 정이 가는 말인지 느낄 수 있다. 그토록 오래 문서마다 양수리로 기록되어 왔어도, 두물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6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 정영숙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 정영숙 나는 아직도 아침노을의 찬란한 꿈을 꾸고 있다오 남들은 나를 보고 해 저무는 하늘에 날아가는 기러기라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침노을에 반짝이는 잔잔한 파도의 물결을꿈꾸고 있다오 나는 아직도 오색 물들인 어여쁜 옷을 입고 있다오 더러는 나..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5
가을여행을 마치고 - 고정숙 가을여행을 마치고 - 고정숙 자그마한 우리 교회에서의 가을 나들이었습니다. 가을 단풍구경 겸 나들이를 하자는 의견에 27일경으로 날짜를 잡았으나 그때는 이미 단풍을 보기 어렵다는 조카의 말(용평 쌍용회사근무)에 앞당겨 부랴부랴 준비를 하여 65세 이상 노인 분들을 모시고 가는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4
미(眉) - 천경자(화가) 미(眉) - 천경자 외할머니 눈썹은 초생달처럼 둥그런 데다 부드럽게 송글송글 겹쳐진 편이었다. 어머니의 눈썹은 외할머니의 초생달 같은 눈썹을 산산(散散)이 짝 뿌려 놓은 듯 눈두덩이까지 부드러운 털이 더욱 송글송글한 편이었으나 인생을 호소(呼訴)한 듯한 고운 눈 빛은 하나의 대..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3
신화를 꿈꾸다 - 한상렬 신화를 꿈꾸다 - 한상렬 어떤 이가 말했다. “세상만사가 햇빛에 바라면 역사가 되고, 달빛이 스며들면 신화神話가 된다.”고. 그 말을 나도 믿는 것인가. 올빼미처럼 밤을 밝히며 달빛의 영롱한 애무를 기다린다. 창가에 꽃이 만개하였다. 온 방안을 진동하는 화향花香은 그 절정을 알리..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2
억새 - 이고운 억새 - 이고운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을 맞바꾸자며 하늘과 땅이 사인을 하고 있다. 먼 유랑 길에서 만나는 띠집처럼 반갑다. 키를 재는 억새들이 손 흔들며 뛰어온다. 낡은 모자 쓰고 허름한 나그네들 서걱서걱 몸 비비는 고향 이야기 들어라. 옛 친구들과 왕산을 올라 필봉을 간다. 책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1
아버지의 땅 - 이경림 아버지의 땅 - 이경림 해가 지면서 인의산에 산 그림자가 제일 먼저 드리워졌다. 하루 동안 개간한 땅을 돌아보며 곡괭이, 삽, 쇠망태기 등을 주섬주섬 바지게에 담던 아버지. 정강이께 말아 올린 바지를 데룽거리며 얼마 남지 않은 노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앞세워 마을 어귀를 넘어 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10
나무가슴 - 반숙자 나무가슴 - 반숙자 한 뼘 남짓한 나무토막을 바라본다. 어느 냇둑에서 한 세월 보내다가 고요히 운명한 은사시나무, 그 숨결을 더듬으며 눈을 맞춘다. 목각을 처음 시작한 날, 나무토막 앞에서 나도 나무토막이 되었다. 표정 없는 나무에서 무엇을 캐내야 하는지, 어디를 파야 하는지 오리..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9
어머니의 길 - 한동희 어머니의 길 - 한동희 팔순을 넘긴 친정 어머니가 내 집에 오신지 넉 달이 된다. 몇 해 전부터 딸네 집에 오시면 "이번이 마지막 다녀가는 길"이라고 하시어 마음이 언짢았지만 그 마지막 길이 삼 년이나 이어져 위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어머니의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다. 지난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8
초가을 - 윤오영 초가을 - 윤오영 초가을은 사십 고개를 접어든 조용 나직한 여인의 눈매와 같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이 있거니와 사십은 실상 인생의 초가을이다. 그리고 가장 예민하게 나타나는 것이 여인의 눈매가 아닌가 한다. 십대의 소녀를 봄의 푸른 싹과 같다면 이십 대는 꽃봉오리다. 웃음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