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산 - 오정순 우 산 - 오정순 비에 젖는 청담공원길을 걸으며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다. 그날의 빗소리와 닮았다. 진흥아파트 모퉁이를 돌자 모란꽃이 한창이다. 그때도 덕수궁에 모란꽃이 피었었다. 나도 모르게 40년 전의 시간 속을 걸으며 유행가 가락을 흥얼거린다. 비 내리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5
강물에 비친 얼굴 - 허정자 강물에 비친 얼굴 - 허정자 창문을 두드리는 밤바람 소리가 잠을 못 이루게 한다. 가랑잎이 쓸려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강원도 두메에서 있었던 일들이 그리움으로 묻어온다. 싸릿가지로 엮은 울타리 너머 넓디넓은 자갈밭, 그 밑으로 깊이 패여 흐르는 강물이 푸르고, 물 속에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4
부추 꽃 - 청호 부추 꽃 - 청호 초가을 햇볕에 밭이랑 한 편이 하얗게 한들거린다. 여름 꽃은 거의 지고, 가을 꽃은 아직 시작되기 전에 핀 부추 꽃이다. 부추의 초록빛 가녀린 잎 사이로 올라온 줄기에 하얀 별꽃처럼 작은 꽃이 오종종하게 모여서 피었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워낙 작아서 눈 여겨 보지 않..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3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2) 희망에세이 중에서... 박동규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2) 희망에세이 중에서... 박동규 찻값 때문에 볼모가 되었던 소공동 시절 - 박동규 지하철에서 내려 문득 계단을 올려다보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입구 저편의 하늘에는 선명하게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있었다 찬바람이 옷깃을 휘어잡..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2
다시 시작하기 * 장영희 다시 시작하기 * 장영희 오늘 들어온 이메일 목록 중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디에선가 내 글을 읽고 가끔씩 소식을 주는 고등학생 기준이의 메시지였다. 원하던 대학에 불합격해서 내년을 기약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그런 저의 결정이 올바른 것이기를 기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10.01
애교愛嬌 - 신달자 애교愛嬌 - 신달자 사람에게는 천성이라는 것이 있는지 제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애교라는 것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애교라는 것을 어느 통계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남성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을 다른 곳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9
나의 웬수 덩어리 - 박 완서 나의 웬수 덩어리 - 박 완서 내 컴퓨터가 또 이상해졌다. 이번엔 망령이었다. A4용지로 30장 분량이나 되는 원고를 감쪽같이 집어삼킨 지 일년도 채 안되고 나서였다. 이 기회에 이놈의 386 구닥다리를 586 신형으로 갈아치워 버리고 싶었지만 집에 컴퓨터가 두대나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8
어머니의 마지막 유머 - 박완서 어머니의 마지막 유머 - 박완서 어머니는 구십 장수를 누리셨지만 한 번도 망령된 말씀이나 이상한 행동을 하신 적이 없다. 그러나 돌아가시기 십여년 전, 눈에서 미끄러지셔서 많이 다치신 적이 있다. 대퇴부가 크게 부서져서 두 번의 대수술 끝이 겨우 걸으실 수 있게 되었지만 한쪽 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7
인생 간이역 - 김병규 인생 간이역 - 김병규 나는 시골의 보 잘 것 없는 역이 좋다. 기차로 지나가면 눈 깜짝 할 사이에 통과해 버리는 작은 역의 무너져 가는 나무 울타리에 기대서서 지나가는 기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들이 옛날에는 더러 있었다. 나 자신도 그런 아이였다. 역에는 얼마 안 되는 코스모..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5
지난 것들은 아름답다(1) - 다듬이 소리 - 김동삼 지난 것들은 아름답다(1) - 다듬이 소리 - 김동삼 아버지께서는 늘 한복을 즐겨 입으신다. 2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며느리와 함께 생활하시게 되었을 때, 홀시아버지가 며느리한테 천대 받으실까 노심초사한 누님들은 한복보다 개량한복이 편하니 개량한복을 입으시라고 서너벌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4
로빈 새 - 김민식 로빈 새 - 김민식 나는 캘거리의 기나긴 추운 겨울을 좋아한다. 특히 온 세상이 백설로 단장한 이른 아침 고달픈 삶의 현장을 잠시 밀어내고 설경 속의 밴프 도로를 달려보라! Rocky Sulfa Mountain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영하 10도를 밑도는 함박눈 내리는 오솔길을 뽀드득 뽀드득 장단 맞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3
다락논 예찬 - 김동삼 다락논 예찬 - 김동삼 다락논 한 쪽에선 뱀이 개구리를 물었는지 "꾸국 꾸국" 하는 비명이 들린다. 섬짓한 느낌에 발 밑을 둘러보며 논둑길을 지났다. 숨이 멋도록 후덥지근한 열기가 뭇 풀벌레들의 노래를 늘어지게 하고, 불청객의 발길에 놀라 그쳤다 이어짐을 반복하고 있다. 논둑 길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2
세상에 휘몰리는 자화상 - 丘仁煥 세상에 휘몰리는 자화상 - 丘仁煥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향기롭다. 짓푸르게 우거진 보라매 동산에 청랑(晴朗)하게 우는 맑은 꾀꼬리 소리와 구슬픈 두견새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제각기 목소리로 우는 새들의 소리가 멎고 빗줄기만 가랑잎에 부딪는 소리가 정적의 심미를 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1
마음을 끄는 풍경 - 김동삼 마음을 끄는 풍경 - 김동삼 내 고향 堤川에는 '淸風文化財團地'라는 곳이 있다. 忠州에 댐이 생기면서 82년부터 3년여에 걸쳐 남한강변 수몰구역에 산재하여 있던 옛 청풍부의 각종 국보급 문화재에서부터 전통한옥과 조상들의 생활유물까지 모두를 이곳에 옛 모양 그대로 이전을 해둔 곳..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20
따뜻한 선물 - 홍미숙 따뜻한 선물 - 홍미숙 “아무도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주지 않아 내가 나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딸아이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밝게 웃으면서 말을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는 잘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따뜻한 선물을 하면..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