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 김동삼 여름을 보내며 - 김동삼 유난히도 심했던 가뭄에 농심마저 말라버리나 했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뭉치는 영악한 동물인가 보다 흩어짐이 아닌 하나로의 뭉침. 그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한 것은 아닌지....... 그러한 가뭄 속. 고사리 손에서부터 어려운 농촌을 돕자는 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8
고무신 한 켤레 - 김해남 고무신 한 켤레 - 김해남 남편이 장에 가서 고무신을 사 왔다 “바꿔 신으면 안 될 것이네.” 툭, 던지는 말에 장난기가 묻어 있어 나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의 남편과 모처럼 마주보며 웃었다 여자라면 당연히 몸통이 조붓하고 코가 오똑한 고무신을 신어야 마땅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7
기억의 저편 - 丹村 구회득(具會得) 기억의 저편 - 丹村 구회득(具會得) 보통 사람들은 유년의 일을 몇 살 때까지 거슬러 기억해 낼 수 있을까? 문득문득 이러한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나의 경우, 세 살 무렵 피난시절의 한 장면이 가끔 흑백영화처럼 떠오르곤 해서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어느 날 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5
능금나무 불꽃 - 구활 능금나무 불꽃 - 구활 지난 초겨울 일이다. 사과 농사를 짓는 후배가 능금나무 장작 한 짐을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찾아 왔다. "형, 이 능금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면 불꽃이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언제 시간이 나는 대로 불꽃 구경을 한번 해 보세요." "미룰 것 없네. 내킨 김에 바로 산으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4
작은 소망 작은 행복 - 丘仁煥 작은 소망 작은 행복 - 丘仁煥 가을이 익어간다. 산과 계곡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작고 큰 들에 황금이 물결치는 仲秋佳節이다. 붉게 매달린 감나무와 집 앞의 오동나무의 넓은 잎, 채전의 무와 배추가 살쪄 가는 마을, 바쁜 손길에 개들만 꼬리치는 길 가에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3
빈집에 뜬 달 - 도창회 빈집에 뜬 달 - 도창회 오지 마을 빈집이 산짐승처럼 흉물스런 얼굴로 서있다. 한때는 사람이 기거하던 처소였건만 어찌 저리 버려졌는가. 폐허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빈집 마당은 온갖 잡풀들이 우거져 키를 재고, 대청마루는 흙먼지가 덕지덕지 쌓여 있다. 창호의 돌쩌귀가 빠져 바람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2
장 날 - 고희숙 장 날 - 고희숙 가을 바람이 분다. 이런 날 누구는 여행을 떠난다 하고, 어떤 이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고 한다. 하지만 난 시장엘 간다. 그것도 재래시장에. 꼭히 무엇을 사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가면 혹여 추억 속의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남 모란장..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1
밤 별 - 도창회 밤 별 - 도창회 밤별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별은 반가운 얼굴로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반긴다. 반가움은 나도 마찬가지다. 밖에 서면 먼저 밤하늘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별을 부지런히 따서 가슴 가득 담는다 노란 황보석들을 욕심껏 따 담다 보면 나는 금세 부자가 된 듯 뿌듯해진다. 그..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10
마음의 거처 - 도종환 마음의 거처 - 도종환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이 사르르 미끄러져 내려와 머리칼을 만집니다. 나도 그 봄바람을 올려다보며 빙긋이 웃습니다. 요즘은 산에서 부는 바람보다 길 위에서 부는 바람을 만나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날려 보내는 시간입니다. 도시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09
남한산성 풀벌레 - 김영웅 남한산성 풀벌레 - 김영웅 오늘도 남한산성 오솔길을 혼자 오른다. 벌써 여러 해를 일과(日課)처럼 걷는다. 바위에 앉아 뭉개 구름과 함께 지내는 멍청한 하루가 좋아서다. 거여동 쪽 산자락의 연병장(練兵場)에서 훈련받는 사병들의 함성이 왼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내가 군사교육에 시..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07
효도 병풍의 노래 - 鄭木日 효도 병풍의 노래 - 鄭木日 12폭 병풍을 보고서 치솟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어느 사람의 효성에 그만 몰래 울고 말았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한들 퇴색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 12폭 병풍은 오래 만에 깊고 맑은 샘물로 삭막하고 목마른 가슴을 적셔주었다. 밀양에 간 길에 잠..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04
부채 - 김학 부채 - 김학 (수필가) 새 옷으로 단장한 산과 바다가 서로 자태를 뽐내며 유혹하는 계절이다. 다녀왔거나 떠날 사람들의 피서 이야기가 연일 고막을 따갑게 하는 여름이다.수은주는 섭씨 30도를 웃돌고, 덩달아 불쾌지수는 활주로를 벗어난 비행기처럼 치솟는다. 등줄기에는 땀방울이 도..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03
계단과 엘리베이터 - 鄭木日 계단과 엘리베이터 - 鄭木日 1 나는 계단을 오를 때 진지해 진다. 계단을 만든 것은 높이에 대한 동경과 외경에 있을 것이며, 더 높고 넓은 세계와의 교신과 만남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이 높은 곳으로 한 걸음이라도 닿기 위한 방법으로서 제시된 것이 계단이었다. 교회당, 신전,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9.01
누구의 밥그릇인가? - 성기조 누구의 밥그릇인가? - 성기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먹고살기 힘드니까 밥그릇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고깃국이라면 누구라도 침 넘어 가겠지만 그게 제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얼른 빼앗아다 먹어야..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8.31
메아리 - 鄭 木 日 메아리 - 鄭 木 日 산봉우리와 숲을 바라보다가 산의 명상을 볼 때가 있다. 침묵 속으로 불쑥 말을 건네고 싶을 때가 있다. 목마름이 치밀어서 가만히 소리가 터져 나올 때가 있다. 산 중턱 숲에서 아무도 모르게 ‘아-’ 하고 하늘을 향해 불러본다. 목소리가 울려나가 사라진 후 잊고 있..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