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 연재 - 큰밭 목성균 수필 연재 - 큰밭 동네 앞 골짜기의 평지는 냇물을 가운데 두고 올망졸망한 논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주저앉아서 작지만 돈독하기 그지없는, 소위 윗버들미의 ‘앞들’을 이루었다. 밭들은 쫓겨난 강아지들처럼 양쪽 산기슭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동네 바로 아래, 신..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7
목성균 수필 연재 - 노을 빛 추억 목성균 수필 연재 - 노을 빛 추억 강화도 최북단 철산리 180오피. 임진강 예성강 한강의 하구가 모여 서해(西海)에 드는 물살이 굽어보이는 곳이다. 파란만장했던 개항기(開港期)에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위해서 흑색 쾌자를 입고 돼지털벙거지를 쓴 병졸들이 창을 들고 불란서함대와 맞..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5
목성균 수필 연재 - 무심천의 피라미 목성균 수필 연재 - 무심천의 피라미 청주시 한 복판을 가르며 흐르는 냇물을 무심천(無心川)이라고 한다. 마음을 비워 주는 냇물이라는 선입견을 주는 이름이다. 청주를 양반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걸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취적이지 못한 도시라는 말 같이 들려..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4
목성균 수필 연재 - 여덟 살의 배신 목성균 수필 연재 - 여덟 살의 배신 토요일 오후인데 승주가 오지 않는다. 토요일 날은 학교에서 열두 시 반에 파한다고 했다. 두 시가 넘었다. 토요일은 피아노 학원도 태권도장도 안 간다. 그러면 집에 들려서 점심 먹고 올라와도 벌써 올라왔을 시간이다. 녀석은 아파트에서 200..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3
목성균 수필 연재 - 山邑 素描 목성균 수필 연재 - 山邑 素描 연풍(延豊), 얼마나 풍족한 고을이면 이름마저 연풍이냐고 할지 몰라서 말씀드리지만 연풍은 문경새재 아래 있는 기름진 들판도 변변치 못한 궁벽한 산골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연풍 현감은 울고 왔다가 울고 갔다고 한다. 올 때는 하도 궁벽한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2
목성균 수필 연재 - 할머니 산소 목성균 수필 연재 - 할머니 산소 아랫마을 산모롱이를 돌아들면 좌측 산비탈 중턱에 할머니의 산소가 있다. 이 산을 동네사람들은 달걀양지라고 부른다. 이름만큼이나 양지바르지만 비탈 진 석회암 산으로 나무도 잘 자라지 못했다. 좌청룡 우백호로 여길 수 있는 산줄기도 거느..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1
목성균 수필 연재 - 찔레꽃 필 무렵 목성균 수필 연재 - 찔레꽃 필 무렵 찔레꽃이 피면 나는 한하운처럼 울음을 삭이며 혼자 녹동 항에 가고 싶어진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누런 보리밭 사이로 난 전라도 천리 길을 뻐꾸기 울음소리에 발 맞추어 폴싹폴싹 붉은 황토 흙먼지 날리며 타박타박 걸어가고 싶다. 거기까지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20
목성균 수필 연재 - 梨花嶺3 목성균 수필 연재 - 梨花嶺3 3. 京畿旅客 정전이 되고 놀란 백성들의 삶도 점차 안정 되어갔다. 백두대간을 따라서 출몰하던 빨치산들도 사라지고 이화령은 구름이 쉬어 넘는 평온한 고개로 되돌아갔다.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서 연풍에 주둔하고 있던 이화령 수비대도 박 중사,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8
목성균 수필 연재 - 수탉 목성균 수필 연재 - 수탉 ‘너는 수탉만 한 자존심도 없느냐.’ 젊은 날, 전도를 개척해 보겠다고 객지로 돌아다니다 성과도 없이 막 집에 돌아온 내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바깥 사랑방에 좌정하신 아버지께 큰절을 올리자 대뜸 그리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각할..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7
목성균 수필 연재 - 냄새 목성균 수필 연재 - 냄새 처서 무렵, 습기가 없는 투명한 대기를 거침없이 투과하는 자외선이 강한 햇빛을 받고 곡식 이삭이 여문다. 곡식이 여무는 들녘의 소리, 누에가 섶에 오르는 소리처럼 은밀하게 들린다. 초가을 햇살은 곡식에만 나려 쬐는 게 아니고 들길의 여름 장마에 씻..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6
목성균 수필 연재 - 고모부 목성균 수필 연재 - 고모부 첫추위가 나는지 해가 지면서 바람이 인다. 베란다 창문이 덜컹거린다. 이렇게 풍세가 사나운 날이면 고모부 생각이 난다. 마르고 키가 크신 분이었다. 할머니는 고모부를 출신이 박복해서 당신 딸을 일찍 죽게 했다고 미워하셨다. 눈발이 산란하게 흩..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5
목성균 수필 연재 - 봄빛을 따라서 목성균 수필 연재 - 봄빛을 따라서 1 창문이 환하다. 커튼 열어보니 검은 구름이 수평선을 산맥처럼 둘러 싸고 있다. 이미 해가 수평선 위로 불쑥 솟은 모양이다. 구름의 능선이 진달래 빛 레이스를 단 것처럼 곱게 물들어 있다. 부랴부랴 옷을 주워 입고 죽변항으로 나갔다. 밤에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4
목성균 수필 연재 - 행복한 고구마 목성균 수필 연재 - 행복한 고구마 내가 강릉영림서 진부관리소 말단 직원일 때 월급이 칠천 몇 백 원이었다. 그 돈으로 어린 애 둘과 아내와 내가 한 달을 빠듯하게 살았다. 어떤 때는 아내가 담배를 외상으로 사다 줄 정도였다. 새댁이 담배 갑을 건네주면서 조심스럽게 신랑한테..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1
목성균 수필 연재 - 현암리에서 목성균 수필 연재 - 현암리에서 아침에 진왕씨 댁에 전화를 했더니 형수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올해 아흔 셋인지 넷인지 그러시다. 그래도 사리가 분명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진왕이, 산성 넴에 고추에 병났다고 약 치러 갔시유” 진왕씨는 촌수가 못치는 먼 일가 조카 ..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10
목성균 수필 연재 - 敦篤에 대하여 목성균 수필 연재 - 敦篤에 대하여 돈독은 두터울 돈(敦)과 도타울 독(篤)으로 합성 된 한문 글자다. 옥편에는 돈이나 독이나 다같이 ‘厚’의 뜻으로 적혀있고, 국어사전에는 명사로서 ‘인정이 두터움’이라고 해석해 놓았다. 그러나 주로 ‘돈독하다’의 어근(語根)으로 쓰이는.. ━━ 감성을 위한 ━━/에세이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