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위한 ━━/column 157

그때의 잣대로 지금을 잴 수 없다 - 김진영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그때의 잣대로 지금을 잴 수 없다 - 김진영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시대에 짓눌렸던 90년대 젊은이들, ‘행복’ 말하는 것도 사치였는데 성공보다 낙오않는게 절실한 지금 20대, 사소할수록 더 ‘공정’ 따져 대의보다 ‘소확행’, 위선 대신 ‘쿨함’… 젊음의 화두는 젊은이들 것 오래전 교수들 사이에서 오가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젊었을 땐 아는 거 모르는 거 다 가르치고, 그다음엔 아는 것만 가르치고, 그다음엔 필요한 것만 가르치고, 맨 나중엔 기억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얘기였다. 나이 든 분들이 킬킬 웃으며 얘기할 때, 젊은 나는 옆에서 멋모르고 따라 웃었다. 옛날 강의록이나 강의 계획서를 보면, 선배 교수들이 나눴던 그 농담이 결코 농담만은 아니었음을 알겠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갈수록 강의 노트는 빽..

실전가와 훈수꾼 _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실전가와 훈수꾼 _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교수 靑실장, 정치인 장관이 부동산·최저임금 정책 만들어 나라 경제를 이념의 칼로 난자… 선수·코치 역할 따로 있다 암 환자에 어떤 치료법 쓸지 결정하는 일은 실전가의 영역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교수 휴게실은 오후가 되면 종종 바둑 열기로 가득했다. 고수로 통하는 교수끼리 맞붙으면 앞다퉈 훈수를 두고 또 누군가는 구수한 해설로 재미를 더했다. 바둑이라곤 ‘아다리’밖에 모르는 필자 입장에서야 무슨 소린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곁에서 노(老)교수님들의 입씨름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한 교수님은 훈수에 있어서 최고수로 통했는데 실제 대국을 두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세상엔 실전에 강한 사람이 있고 훈수에..

문재인 정권은 왜 실패했는가

문재인 정권은 왜 실패했는가 통합 말하며 편 가르는 정치인들 싸워서 승리하면 정의가 된다는 몰염치 잘못 뉘우치지 않으면 지도자 될 수 없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4년이 지났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실패한 정권이라고 걱정한다. 정치 실패는 국민의 고통과 불행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정치는 ‘주어진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통에서 어긋나는 이념으로 시작했다. 진보로 자처하는 운동권 출신들이 지나간 좌파이념을 그대로 사회적 현실에 적응시켰다. 정책의 방향과 인재를 이념을 같이하는 진영으로 국한시켰다. 이념이 다른 정치인은 물론이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까지도 정권무대에서 배제시켰다. 적폐청산을 4년간 계속하는 동안 정권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경시하는 사회 풍토를..

가짜 진보의 황혼 _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가짜 진보의 황혼 ㅡ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1989년 6월 30일 전대협 주체로 한양대에서 열린 ‘모의평양축전’ 행사장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진압경찰에 맞서고 있다. /조선일보 DB 공산 체코의 청과물 가게 관리인은 양파와 당근을 진열해 놓고, 창문에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슬로건을 걸어놓았 다. 그는 세계 혁명에 그토록 열정적이었는가? 사실 그 포스터는 양파, 당근과 함께 중앙사업부에서 배달되었고, 남들처럼 그것 을 게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나는 여기 살고 있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기대하는 바를 하고 있고, 그러므로 내게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일종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1978년 체코의 극작가 하벨(Vaclav..

집단면역(集團免疫)

집단면역(集團免疫) 오늘이 4월 마지막 주일이므로 6개월이 지나면 11월이 된다. 11월에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까? 엠브레인ㆍ케이스탯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4월 22일 발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가 목표로 삼은 코로나19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69%, ‘가능할 것’ 24%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부정적 전망이 각각 77%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정한 ‘11월 집단면역’은 상반기(上半期)에 들어올 백신이 부족해 하반기(下半期)에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한 경우를 가정한 시점이다. 2월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해 두 달이 다..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북한이 지난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달 북한은 우리 군 현무와 유사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게 탄두와 크기를 개량했고 요격을 회피하면서 600㎞를 날아가 한반도 전역을 정확히 핵 공격할 능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군은 유엔 제재 결의안 위반임을 피하고자 애써 미상 발사체라고 했지만, 지난 30여년간의 우리 대북 정책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냉전 붕괴 직후 한국은 모든 면에서 ..

문재인은 로베스피에르와 닮은 꼴

문재인은 로베스피에르와 닮은 꼴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문재인의 촛불 '단두대'와 로베스피에르의 혁명 '단두대' 프랑스혁명 주역 로베스피에르, '단두대' 세워져, 죽임 4.7 선거에서 국민들 촛불종식과 문재인 단두대에 세워 “박근혜는 탄핵되어야 한다. 이것은 준엄한 촛불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구속되어야 한다. 이 역시 준엄한 촛불의 명령이다.” 지난 2016년 말 탄핵정국이 형성되었을 때 문재인이 주장한 내용들이다. 박 대통령은 문재인의 주장대로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했고, 21일 뒤, 검찰은 박 대통령을 구속했다. “왕은 무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무죄라고 선언하는 순간 혁명이 유죄가 된다. 이제 와서 혁명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왕을 죽여야 한다. 혁명이 죽을 ..

진중권 - "주도적으로 패한 민주당이란다, 그들의 반성은 가짜다"

진중권 - "주도적으로 패한 민주당이란다, 그들의 반성은 가짜다" “조국 사태 사과 용의” 꺼냈다 문자폭탄, 초선들 반란 진압당해 잘못 인정하면 민주당이란 신앙 공동체가 위기에 빠진다 착각 민주당 지배한 인지부조화, 더 가열찬 공정·상식 파괴의 길 주문 친문일색, 혁신의 대상이 주체로 나서는 해괴한 일 벌어지고 있어. 교도소장이 죄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말한다. “너희에게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를 가져왔다. 어느 것부터 들을래?” 당연히 좋은 소식부터. “오늘 너희들의 속옷을 갈아입게 해 주겠다.” 죄수들은 환호한다. “이어서 나쁜 소식. 너희들끼리.” 민주당을 보면 이 농담이 생각난다. 소신파의 반란과 진압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문 핵심 도종환 의원이란다. 비대위원 7명 중 4명이 ‘친문 하나..

외교로 망했던 나라의 외교 행태

 외교로 망했던 나라의 외교 행태 중요한 것은 한국은 일본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알 가치도 못 느낀다는 것이다 19세 때 오키치의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 준수한 외모의 이 사진은 '오키치 붐'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출처와 진위가 불명확한 사진임에도 오키치 사진으로 유통되는 것은 이 여인의 이야기을 개국과 근대의 기억으로 남기고자 하는 일본 사회의 의지와 집착이 반영돼 있다. 일본 이즈반도의 항구 도시 시모다(下田)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한 기녀의 기념관이다. 시모다는 일본을 개국시킨 미국 페리 제독의 상륙 장소이자 주일 미국 공관의 첫 개설지로 유명해 개국과 근대를 추억하는 시설이 많다. 기녀 ‘오키치’의 기념관도 그중 하나다. 오키치에 대한 공식 기록은 초대 미국 공사를 사흘 동안..

직업윤리 저버린 권력자들로 ‘대한민국號’가 위태롭다

직업윤리 저버린 권력자들로 ‘대한민국號’가 위태롭다 _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美 조종사 설리가 보여준 ‘직업윤리란 무엇인가?’ 체슬리 설렌버거, 일명 캡틴 ‘설리’.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조종사다. 이 남자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두 엔진을 모두 잃고도 희생자 단 한 명도 없이 완벽한 비상착륙을 해낸 것이다. 일러스트=안병현 2009년 1월 15일 뉴욕에서 있었던 실화다. US 에어웨이스 1549편이 이륙 직후 새 떼에 부딪혀 동력을 잃었지만 허드슨강에 무사히 착륙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혹한에 일부 승객이 강물에 빠졌지만 전원 무사 구조되었다. 승무원과 승객을 포함해 총155명이 생환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이렇게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

대한민국이 꿈을 잃었다

[朝鮮칼럼 The Column] 대한민국이 꿈을 잃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입력 2021.02.16 03:20 | 수정 2021.02.16 03:20 123층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한강이 서울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있다./박상훈 기자전 세계 인구의 9.4%는 하루 1.9달러(약 2000원)로 산다. 작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추산한 수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형편이 더 나빠졌다. 인류의 빈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 끔찍하고 슬프다. 아프리카 나라 콩고민주공화국은 지금 코로나19와 에볼라 감염에 떨고 있다. 여러 해 전 출장으로 들렀던 은질리 공항에서 수도 킨샤사로 가는 길거리는 온통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 짓다 만 앙상한 콘크리..

문재인 보유국’의 “죽을래?” 주인들

문재인 보유국’의 “죽을래?” 주인들 5년 시한부 대리인이 대한민국의 진로를 영원히 바꾸려 한다 지금도 국정 어딘가에선 주인 행세하는 선출 권력의 “너 죽을래” 협박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북한 원전 의혹 제기에 대해 "구시대적 정치 유물"이라고 반박했다. /TV조선 민주당 정권은 민주적이지 않다. 북한 원전 의혹에 저렇게 고압적일 수 있는 것도 이 정권의 골수에 박힌 ‘비(非)민주 DNA’ 때 문이다. 남북 정상이 만난 며칠 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보고서가 작성됐다. 탈원전에 토를 달면 “너 죽을래” 소리를 듣던 때였다. 그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 산업부 말단 간부가 자기 판단으로 탈원전에 역행하는 보고서를 썼다니 누가 믿겠나. 윗..

[박제균 칼럼]대통령에게도 겨울이 오고 있다

[박제균 칼럼]대통령에게도 겨울이 오고 있다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21-01-25 03:00수정 2021-01-25 10:34 윤석열·최재형에 정권 차원 압박 뒤 “文정부 검찰총장” “정치 감사 아냐” ‘퇴임 후 안전’ 고려했단 분석도 단임 대통령에 ‘계산서’ 날아올 시간 불행한 역사, 반복 않도록 自重을…박제균 논설주간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아 바꾸기’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대통령이 뭐 이렇다 할 악의가 있거나 비정해서 한 말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 특히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 입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냥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을 내세워 어설픈 변명으로 주워 담으려 하고, 그것도 모자라 바로 다음 날 보건복지부까지 ..

신념 말고 과학으로 국가 과제 해결을 _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신념 말고 과학으로 국가 과제 해결을 _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1년 새 코로나 논문 25만건 미국, 중국, 영국 順 백신 개발도 그 나라들이 K방역 자아도취가 국민 고통 더 끌게 만들어 궁극엔 과학이 해결사 코로나 확산 11개월 만에 등장한 백신은 인류가 코로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백신은 생명의학계가 축적해온 과학 지식의 결과물이다. 세계 최대 논문 검색 데이터베이스인 ‘다이멘션즈’의 집계로는 지난 1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간된 코로나 관련 연구 논문이 25만건이 넘었다. 모든 논문의 4%가 코로나 논문이었다. 미국이 4만1800건, 중국 1만7800건, 영국1만7600건의 순이다. 논문을 많이 낸 나라들이 대체로 백신도 개발해냈다. 대학으론 미국 하버드가 2000건, 영국 옥스퍼드..

신축년(辛丑年), 소비자 트랜드(Trend)

신축년(辛丑年), 소비자 트랜드(Trend) 근하신년(謹賀新年)! Happy New Year! 1월 1일 아침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르면서 2021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큰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었지만, 올해는 서로가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삶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기를 기원한다. 새해에 福 많이 지으시고, 더욱 幸福해 지시기 바랍니다. 새해를 맞아 종교 지도자들은 신년사(新年辭)를 통해 코로나19로 더 큰 고통을 받은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 그리고 사회 갈등과 반목을 물리치고 화합과 상생, 지혜롭고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인류 역사에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virus)는 없으므로 함께 힘을 모아 견뎌내자고 말했다. 올해는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