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 좋은 책 화면 속에서 대담을 하던 구십세 노인 이근후 박사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법정스님은 왜 ‘무소유’를 소유했을까요? 죽은 후에 자기책을 더 이상 내지 말라는 게 그거잖아요?”법정스님이 쓴 여러책들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한 걸 의미했다. 더 이상 그 스님이 쓴 책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삼십대 중반무렵 우연히 작은 문고본 수필집을 읽게 됐다.세로글씨로 된 얇은 책이었다. 글 속의 여러 장면이 지금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김이 피어오르는 우물 옆에서 한 승려가 찬물에 빨래를 하고 있었다. 소박하게 사는 한 수도승의 모습이었다. 그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가지고 혼자 살고 있었다.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였다. 가을 계곡의 맑은 물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