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시대 - 박경리 불신 시대 - 박경리 주지의 말투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늙은 중은 대답 대신 진영의 모녀를 훑어보더니 돈의 액수가 심에 차지 않아서 무뚝뚝하게 그냥 가 버린다. 진영과 어머니는 법당 옆에 서로 등을 보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바라다 보이는 산마루에 막 해가 솟고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7
불신 시대 - 박경리 불신 시대 - 박경리 진영은 고개를 돌려 장독대의 해바라기를 바라본다. 한참만에, 「그런데 왜 그리 중을 장삿군 대접을 했어요? 아이를 부탁할 생각을 했으면서……」 진영의 신선은 여전히 해바라기에 있었다. 자기가 하는 말에도 별반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따, 별..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6
불신 시대 - 박경리 불신 시대 - 박경리 진영이 처음 성당에 나가려고 결심했을 때 그것이 가공에 설정된 하나의 가장일지라도 다만 문수를 위한다는 명목만으로 자신이야 피에로도 오똑이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의식적인 맹목(盲目)은 끝내 맹목일 수 없었다. 미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5
불신 시대 - 박경리 불신 시대 - 박경리 진영이 실직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 살길도 막연하긴 했다. 아주머니는 갖가지 말로 어머니를 달래다가 풀어진 고름을 여미여 (아주머니는 적삼에도 반드시 고름을 달았다), 「우리 어디 사는 대로 살아 봅시다…… 그리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형님 돈만큼은 돌려..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4
불신 시대 - 박경리 불신 시대 - 박경리 9.28 수복 전야에 진영(塵纓)의 남편은 폭사했다. 남편은 죽기 전에 경인 도로(京仁 道路)에서 본 괴뢰군의 임종(臨終) 이야기를 했다. 아직 나이 어린 소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소년병은 가로수 밑에 쓰러져 있었는데 폭풍으로 터져 나온 내장에 피비린내를 맡은 파리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3
꼬마 철학자87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7 - 알퐁스 도데 역자 후기 이 책은 알퐁스 도데가 1868년 처음으로 발표한 그의 자서전적 소설 "Le Petit Chose"를 완역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다니엘 에세뜨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바빌론으로 유배당했던 예언자 다니엘처럼 여린 감성의 시인 다니엘 에세뜨 또한 싸르랑드..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1
꼬마 철학자86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6 - 알퐁스 도데 환상의 끝 3. 다음날 나는 새벽녘부터 조심스레 삐에로뜨 씨의 동정을 살폈다. 그가 막 가게로 내려가려 할 때 그를 가만히 불렀다. "삐에로뜨 씨, 삐에로뜨 씨." 삐에로뜨 씨는 내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때 매우 흥분이 되어 진정하려고 애쓰면서 눈도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10
꼬마 철학자85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5 - 알퐁스 도데 환상의 끝 2. "의사 선생님, 이런 경우에 꼭 들어맞는 말인데... 이런 경우에 꼭 들어맞는 말인데...." 까미유는 이제 안정하고 더 좀 푹 자라고 했다. 나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가지 말아요, 까미유. 제발... 날 혼자 내버려 두지 말아요... 어떻게 내가 이토록 큰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9
꼬마 철학자84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4 - 알퐁스 도데 환상의 끝 나는 아팠다. 죽어 가고 있었다... 이틀에 한 번씩 못 보던 마차가 쏘몽 가에 와 서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수군댔다. "저 집 오층의 돈 많은 늙은이가 죽어 가는 모양이야...." 그러나 죽어 가는 것은 돈 많은 늙은이가 아니라 바보 나였다. 모든 의사..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8
꼬마 철학자83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3 - 알퐁스 도데 겨울비 내리는 죽음의 길 3. "자끄, 넌 당나귀처럼 멍청한 바보야. 자끄는 바보야!...." 그리고 더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을 거둔 것이었다. 아! 그 꿈이.... 그날 밤은 바람이 몹시도 불었다. 바람을 타고 싸락눈이 날아와 유리창을 때렸다. 방 한구..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7
꼬마 철학자82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2 - 알퐁스 도데 겨울비 내리는 죽음의 길 2. 자끄 형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로구나 다니엘... 의사를 만난 거지? 널 낙담시킬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네 얼굴을 보니 그 의사가 내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은 것 같구나. 넌 모든 걸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6
꼬마 철학자81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1 - 알퐁스 도데 겨울비 내리는 죽음의 길 1. 만약 아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꿈 이야기를 들으면 코웃음만 치거나, 어떤 야릇한 예감에 단 한번도 흘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현실만을 인정하고 미신 따위는 절대로 없다는 믿음을 한순간이라도 버리지 않은..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4
꼬마 철학자80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80 - 알퐁스 도데 돌아온 탕아 3. 이따금씩 형은 고개를 들어 말없이 꿈꾸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곤 했다. "괜찮지? 심심하지 앉니?" 나는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형의 모습에서 어쩐지 슬픔과 쓰라림을 느꼈다. '나는 왜 살아가..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8.03
꼬마 철학자79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79 - 알퐁스 도데 돌아온 탕아 2. "잘 잤니, 다니엘! 기침이 너무 심해서 널 깨우지 않으려고 소파에서 잤어." 형이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말했지만 방금 본 형의 그 끔찍한 모습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7.30
꼬마 철학자78 - 알퐁스 도데 꼬마 철학자78 - 알퐁스 도데 돌아온 탕아 1. "자, 다니엘 잘 봐." 삘르와 호텔 방에 들어섰을 때 자끄 형이 말했다. "네가 파리에 처음 도착하던 바로 그날 밤 같잖아!" 정말 그날 밤처럼 새하얀 식탁보 위에 깔끔한 저녁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맛좋은 냄새를 풍기는 파이, 오래된 .. ━━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2012.07.28